'가짜'인데 1천3백만 원…그들만의 '은밀한 거래'

  • 4년 전
◀ 앵커 ▶

지금 보시는 이 가방 가격이 하나에 천3백만 원입니다.

그런데 더 놀라운 건요.

진품이 아니고, 짝퉁가방이 천3백만 원이라는 겁니다.

대체 짝퉁가방을 천3백만 원 주고 사는 사람이 누굴까, 궁금하지 않습니까?

아무나 살 수 있는 게 아니고, 회원에 가입한 사람만 살 수 있는데, 회원이 2천 명이 넘었습니다.

주요 고객이 누군지 서유정 기자의 보도 보시죠.

◀ 리포트 ▶

[미국 드라마 中]
"이건 가방이 아니라 버킨이에요. 사려면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셔야 해요. 5년 기다리세요."

드라마에서 언급된 가방은 명품 중에 명품으로 불리는 에르메스.

억대 가격에도 불구하고 사려는 사람이 줄을 잇습니다.

국내에서도 이 가방을 사기 위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몇 년씩 기다리는 일이 흔합니다.

[백화점 해외유통 관계자]
"제작 수량이 한정적이니까, 앞으로도 1억~2억 원을 쓸 사람(손님)한테 당연히 서비스 개념으로 (구입할) 기회를 주지, 뜨내기로 한번 와서 사고 간 사람한테는 안 주겠죠."

이 가방을 사지 못해 애타는 소비자들을 겨냥해, 이른바 특S급 짝퉁을 만들어 팔아온 업자들이 적발됐습니다.

주 고객은 의사와 대학교수 등 전문직과 부유층 주부들.. 모두 판매자의 개인 블로그를 통해 가입한 비밀 회원들이었습니다.

회원은 총 2천300여 명으로, 이 가운데 700여 명이 짝퉁 80억 원어치를 샀습니다.

브랜드 로고와 시리얼 번호까지 똑같이 새겨넣은 정교함에, 1천300만 원 가격에도 팔려나갔습니다.

[양도열/서울세관 조사총괄과 행정관]
"장식, 박음질, 로고 부분이 정품과 거의 일치하기 때문에 일반 짝퉁보다 10배 이상 (가격)으로 (판매됐습니다.)"

## 광고 ##최근 5년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이뤄진 짝퉁 거래는 23만 건.

직접 만날 필요 없이, 온라인 대화만으로 살 수 있다 보니, 파는 업자도 사는 사람도 부담이 없습니다.

실제 인스타그램에서 명품이란 단어를 검색하자 수백 개의 짝퉁 판매 사이트가 줄줄이 뜹니다.

'정품과 99% 동일', '미러급' 같은 말로 소비자들을 유혹하는데, 그 중 한 판매자의 SNS로 문의하자, 수많은 후기 사진과 함께 "정품을 분해해 무게까지 맞춰 만든다"며 맞춤 제작도 가능하다고 말합니다.

또 다른 판매자는 600만 원 넘는 한 명품 가방 사진을 보내자, 38만 원만 주면 '정품 원단과 똑같은 가죽으로 99.9% 똑같은 가방을 만들어 보내준다'며 결제창까지 열어줍니다.

이렇게 누구나 쉽게 접근해 거래가 이뤄지지만 단속은 쉽지 않다는 게 관리 당국의 고민입니다.

[서울 세관 관계자]
"증거를 수집해야 되거든요. 현장을 가서 현품 압수한다거나 아니면 거래내역(을 확보한다거나) 그런 게 다 뒷받침이 돼야지… 생각만큼 간단하지가 않아요."

관세청은 앞으로 국내에서의 짝퉁 판매뿐 아니라, 외국 세관 등과 협력해 해외 제조 공장까지도 단속을 확대할 방침입니다.

MBC 뉴스 서유정입니다.

(영상취재: 황성희 윤병순 / 영상편집: 송지원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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